[메디먼트뉴스 김민서 인턴기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젠더, 인종, 지위, 자본, 이데올로기를 둘러싼 차별, 대립, 모순을 전방위적으로 다룬 풍자물이다.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핑퐁을 보는 듯 관전하다가도 예기치 않게 코트 밖으로 튕겨나온 공에 맞을 때면 흠칫하게 된다. 분명 웃고 있는 건 맞는데, 씁쓸한 뒷맛을 계속 곱씹게 된다. 해학적 외피에 비판적 내용을 완충한 영화로, 가히 풍자의 정수라 칭할만하다.
영화는 크게 3부로 구성되는데, 1부는 모델 커플 '칼(해리스 딕킨슨)'과 '야야(찰비 딘 크릭)'의 이야기다. 외모로 상품가치가 책정되고 그에 따라 브랜드 계급이 달라지는, 부유한 인플루언서들의 등장으로 먼저 착석한 사람이 뒤로 밀려나는 최정상 패션쇼에서 강렬하게 각인되는 프레이즈는 웃프게도 'Everyone's equal'이다. 서두에서부터 시동을 거는 직설적인 비판은 연인인 칼과 아야가 레스토랑에서 계산 문제를 두고 대립하는 에피소드로 시선을 옮겨 젠더 문제를 도마위에 올린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식사를 즐기던 도중, 자연스레 자신에게 결제를 넘기는 야야의 태도에 칼은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쌓인 것들을 털어놓는다. 데이트 비용은 남성이 더 내야 한다는, 암묵적이며 누구나 함구하는 룰에 대해 칼을 통해 폭로하는 영화는 초반부터 그러한 비합리적인 역할 구획에 대해 지탄한다.
2부는 이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이 초호화 크루즈에 승선하게 된 후 그곳에서 다양한 커플들과 만나며 겪게 되는 소동들을 다룬다. 삼각형의 꼭대기에 위치한 이들만 모인 이 공간에서 감독은 또 한 번 뒤짚기를 선보인다. 제일 적나라하게 터지는 지점은 선장 주최만찬에서 최상급 요리들을 고상하게 음미하던 재벌들이 멀미를 이기지 못하고 온갖 구토와 배설물을 분출해내는 시퀀스일 것이다. 무기제조로 떼돈을 벌어든인 사업가 부부가 수류탄에 맞은 첫 희생자가 되고, 성공한 비료 사업가의 아내가 온갖 오물에 나뒹구는 상황은 직관적인 풍자다. 더불어 이러한 아수라장을 뒤로하고 이데올로기에 심취한 선장과 비료 사업가가 선내 방송을 통해 벌이는 논쟁은 극 전반을 직접적으로 관통한다.
3부는 모델 커플을 포함해 해적들에 의해 난파된 배에서 탈출해 무인도에 모인 8명의 생존기를 다룬다. 그곳에선 값비싼 보석도, 일확천금도 다 무용지물이 되고, 생존력만이 중요해진다. 이때 강세를 얻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최고급 유람선에선 천대받던 동남아계 중년 여성 청소부 '애비게일(돌리 드 레옹)'이다. 문어를 낚고 불을 피우며 생존자들을 먹여 살리는 그녀는 곧 캡틴이 되고, 남은 이들은 자연스레 그의 하수인이 되며 모계 사회를 이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젊은 백인 남성 칼이 두목 애비게일의 환심을 사려 밤마다 그와 동침하게 되는 상황이다. 여기서도 일반적인 스테레오 타입을 깨부수는 역전적 시도가 엿보인다.
영화는 이렇게 모든 것들을 뒤집고, 굴리다 종국에는 (직접적인 스포일러라 구체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다시 원점에 다다른 삼각형의 계급도를 마주하게 한다. 오늘날 기형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다양한 사회의 아젠다들을 호쾌한 동시에 서늘한 태도로 낱낱이 해부하는 영화 '슬픔의 삼각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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