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할리우드 액션' 꼬마물떼새의 슬픔에 빠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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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재의 새록새록] '할리우드 액션' 꼬마물떼새의 슬픔에 빠진 봄

연합뉴스 2023-05-18 06:06: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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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 3곳 모두 부화 실패…원인 알 수 없고 2차 부화도 안 하는 듯

꼬마물떼새의 부부애 꼬마물떼새의 부부애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할리우드 액션으로 유명한 꼬마물떼새가 올해 봄 깊은 슬픔에 빠졌다.

4월부터 강원 강릉시 남대천 하구의 모래톱에서 사랑의 결실로 알을 낳고 부화에 들어갔던 꼬마물떼새가 끝내 사랑의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번 봄 기자는 강릉에서 꼬마물떼새의 둥지 3곳을 관찰했으나 모두 부화에 실패했다.

봄이 되자 이곳을 찾은 꼬마물떼새들은 서로 자신에 맞는 짝을 찾은 뒤 모래밭에 움푹하게 파인 사발 형태의 둥지를 만들고 짝짓기를 해 사랑의 결실을 보았다.

여러 곳의 후보지를 찾다가 모래톱 한가운데로 둥지를 선정했다.

꼬마물떼새 부부 꼬마물떼새 부부

[촬영 유형재]

꼬마물떼새 부부는 그곳에 알을 3개 낳아 품기에 나섰다.

포란 기간은 약 25일로 알려져 있다.

꼬마물떼새 부부는 아지랑이가 생길 정도의 햇볕이 강할 때는 그늘을 만들고, 비가 올 때는 비를 쫄딱 맞으며 정성껏 알을 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처럼 비가 오거나, 거센 바람이 불어 모래가 심하게 날려도, 뜨거운 햇볕이 쨍쨍 내리쫴도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정성껏 알을 품고, 그러다 서로 교대를 하는 등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포란 중에도 두리번거리며 사방 경계를 한시도 늦추지 않았다.

꼬마물떼새의 짝짓기 꼬마물떼새의 짝짓기

[촬영 유형재]

낚시꾼 등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둥지를 들키지 않으려고 재빠르게 벗어나고 날개를 다친 행동을 하며 관심을 둥지에서 돌리는 등 온통 부화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새끼가 위험에 처하거나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관심을 끌어 이를 모면하려는 의태 행동이다.

강릉에서 대형산불이 나고 계속 바쁘게 며칠을 보낸 뒤 부화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둥지를 찾았을 때 둥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아직 부화 기간이 며칠 남아 있는 데다 주변에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어미 꼬마물떼새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점 등으로 보아 이 부부는 부화에 실패한 것으로 보였다.

꼬마물떼새 부부의 사랑의 결실 꼬마물떼새 부부의 사랑의 결실

[촬영 유형재]

이 모래밭에서는 이곳 둥지와 40여m 정도 떨어진 곳에 또 다른 둥지가 비슷한 시기에 관찰됐다.

그러나 발견 당시 4개의 알 가운데 1개가 둥지 밖으로 나와 있고 꼬마물떼새 부부도 알 품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어떤 이유에서인지 둥지를 버린 것으로 보였다.

이곳은 수풀과 접해 있어 까치나 까마귀, 뱀, 수달, 고양이, 유기견 등에 의해 알이 손을 탄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어 안타까웠다.

그 후 몇차례 알 품기 여부를 지켜봤으나 꼬마물떼새는 결국 둥지를 찾지 않았다.

포란 중인 꼬마물떼새 부부 포란 중인 꼬마물떼새 부부

[촬영 유형재]

2곳의 둥지가 모두 부화에 실패하면서 이곳 모래밭에서 꼬마물떼새이 시끄럽게 지저귀는 노랫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꼬마물떼새는 부화에 실패할 경우 대부분 2차 부화에 들어가지만 이후 이곳에서 그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남대천과 멀리 떨어진 경포호 인근 하천 한쪽에 4개의 알을 낳고 부화하던 꼬마물떼새 부부도 이번 봄 부화에 실패했다.

1∼2차례 많은 비가 오면서 둥지가 물에 잠기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둥지와 알은 완벽한 보호색을 하고 있어 발견하기도 힘들고 몇 해 전에도 안전하게 새끼를 낳은 곳이어서 물에만 잠기지 않으면 매우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곳도 알이 모두 사라지고 둥지는 훼손돼 있었다.

경포호 인근 꼬마물떼새 둥지 경포호 인근 꼬마물떼새 둥지

[촬영 유형재]

이곳 역시 사람의 접근은 매우 어렵지만 까치나 까마귀, 고양이, 수달 등의 접근은 매우 쉬운 곳이어서 이들에게 습격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둥지를 잃은 꼬마물떼새는 하천을 벗어나 인근의 모내기가 한창인 논 상공을 날아다니며 울어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그 소리가 왠지 슬프게 들렸다.

도요목 물떼샛과의 꼬마물떼새는 봄에 한국에 날아와 10월까지 지내고 나서 동남아로 가는 여름 철새로 몸길이 16cm, 날개길이 10.5∼12cm, 꽁지 길이 5.5∼6.5cm, 몸무게 0.03∼0.04kg로 매우 작은 새다.

특히 천적이 알을 낳은 둥지 가까이 오면 날개나 다리를 다친 듯한 의태 행동을 해서 천적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유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까워지면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때로는 다리를 질질 끄는 등 다친척하며 할리우드 액션까지 선보인다.

훼손된 꼬마물떼새 둥지 훼손된 꼬마물떼새 둥지

[촬영 유형재]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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