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가수, 미술가 백현진이 전주국제영화제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활약한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기자회견이 28일 전주 완산구 베스트웨스턴플러스전주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올해의 프로그래머인 배우 겸 가수, 미술가 백현진과 문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백현진이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하는 작품은 총 7 편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관객과 함께 보고 싶은 작품을 셋,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둘 선정했다. 그리고 자신이 연출한 비디오 작품을 세트로 구성해 함께 선보인다.
특히 백현진은 “처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제안을 받고 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제가 하는 미술과 음악과 배우, 글 쓰는 사람으로 제가 하는 일 외에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이라며, “제가 좋아하는 영화 세 편을 고르면 된다는데 마치 테트리스 블록이 무심코 내려오다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지듯이 부뉴엘 3부작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루이스 부뉴엘 감독 3부작은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자유의 환영’, ‘욕망의 모호한 대상’이다. 백현진은 “이 3부작을 워낙 좋아했고, 3부작 중 1편을 극장에서 못 봤다”며, “20대 초중반에 본 영화들이다. 그 이후에도 컴퓨터로 보긴 했지만, 극장에서 다시 보고 싶었다. 제가 보고 싶은 것을 불특정 다수와 보면 좋을 것 같았다. 3부작 구성이 깔끔한 것도 이유”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뽀삐’라는 영화는 2000년대 초반 독립영화 쪽에서 굉장히 인상적인 단편을 만들었던 김지영 감독의 장편이다. 제가 주연했다. 지금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영화”라며, “‘뽀삐’가 70분이다. 여기에 ‘디 엔드’와 ‘영원한 농담’을 더하면 장편 길이가 나왔다. 그래서 한 세트로 구성했다”고 전했다.
‘디 엔드’와 ‘영원한 농담’은 백현진이 연출한 단편영화다. 현대 미술 쪽에선 ‘비디오 작업’으로 분류한다. 두 작품은 우리나라 갤러리를 비롯 외국 미술관에서 스크리닝 됐다. ‘디 엔드’는 캐스팅도 화려하다. 박해일, 문소리, 엄지원, 류승범, 오광록 등이 나온다. 영화 ‘경주’로 연을 맺은 박해일은 ‘영원한 농담’에도 출연한다.
백현진은 “전 처음부터 스태프와 배우들에겐 동영상 작업이라고 했었다”며, “문소리 씨 경우 ‘동영상 작업을 같이 하자’ 했더니 ‘동영상? 우리 야한 거 찍어?’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아직도 저는 두 작품을 동영상 작업물이라고 부른다”고 정의했다.
배우 이전에 미술가로, 그리고 ‘어어부프로젝트’로 익숙한 음악가로 살고 있는 백현진은 자신의 N잡 근성에 대해 산만함과 호기심을 꼽았다. 백현진은 “전 딱히 무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예술가로 깔끔하게 살다 죽어야지’라는 생각만 있다. 하지만 기회가 될 때, 호기심이 생길 때 하다보니 많이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른 중반까지 15년을 청년 예술가로 늘 불안하게 살았다. ‘어떻게 먹고 살지’가 가장 불안했다. ‘작업으로 먹고 살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적 없다. 하지만 회사도 다니기 싫고 알바도 하기 싫었다”며, “운이 굉장히 좋았다. 서른 중반부터 지금 50이니 15년간 정말 운이 좋았다. 음악가로, 미술가로, 배우로 그때마다 운이 많이 따라줬다. 하기 싫은 일 안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운 좋게 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백현진은 “많은 사람들이 미술에 잘 접근 안 하시지만, 미술신에선 제가 조금 유명하다”고 자평했고, 음악가로는 “90년대 중반부터 홍대에서 공연을 해왔다. 하지만 청년 때보다 지금 더 공연을 많이 한다. 100분 이상의 공연을 아직도 하고 있다. 완전 현역이다. '백현진씨'라는 밴드의 보컬로 정규 앨범 녹음도 끝났다”고 전했다.
백현진은 “음악가로도 30년 살았는데 음악가로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있고, 미술가로도 가장 많이 하고 있고, 배우로도 가장 많이 하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더불어 “제가 배우 정체성을 갖게 된지 2~3년 밖에 안 됐다. 연기 한우물만 파신 분들이 있는데 드문드문 품앗이로 했던 사람이 배우라고 하는 게 실례인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작품이 계속 들어오니 몸에 붙여보겠다며 작품을 여럿 했다. 돈 받고 트레이닝 하니 좋았다. 그러다 ‘이 정도 일을 하면 배우가 아니면 뭘까?’ 싶어 인정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배우로서 철학이랄 건 없다. 목표는 사람이 말하듯이, 내가 말하듯이 모든 작품에 임한다.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는 걸 너무 싫어한다. 재미없다. 말이 안 된다. 제가 연기하는 걸 가지고 ‘일반인 아냐?’라고 하신다는데 절 까는 이야기일 때도 있지만 제겐 너무 고마운 반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27일 개막작 상영을 시작으로 오는 5월 6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개최된다. 총 42개국 247편의 영화를 상영하며, 한국 단편 38편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도 관객을 만난다.
사진=김영훈 기자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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