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우희를 마주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똑 부러진다, 강단 있다, 조리 있게 말한다 등 여러 찬사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 22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있었던 인터뷰도 그랬다. 언젠가부터 영화 홍보 인터뷰는 여러 매체가 함께 진행하는 라운드 형식이 정석처럼 느껴지는 지금이다. 허나 이날만큼은 운이 좋게도 한류타임스와 천우희의 만남은 1:1로 진행됐다. 굳이 의미를 두자면 천우신조의 기회였다.
모처럼의 1:1 인터뷰에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이하 스마트폰을)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 ‘스마트폰을’은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천우희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린 후 일상이 뒤흔들리는 ‘나미'를 연기했다.
인터뷰 내내 이어진 유창한 말솜씨에 “역시 기자들이 좋아하는 배우 톱 티어”라고 감사를 건넸다. 그러자 천우희는 “우스갯소리로 그런 말을 종종 해주시지만 제겐 너무 고마운 이야기”라며, “저 역시 상대의 호의나 호감은 느껴진다. 그래서 기자님들에게 최대한 꾸밈없이 이야기한다. 제 작품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이기 때문이다”라고 화답했다.
약 50분간 오간 이야기, 천우희의 말을 빌려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을 이 자리에 펼쳐 본다.
이렇게 얼굴을 보고 대면 인터뷰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다.
이런 식으로 제 작품을 이야기한다는 게 너무 감사한 일이다. 홍보 인터뷰라는 것이 어찌 보면 의무이고,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인데, 사람이 일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릴 때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작은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깨닫게 됐다. 그래도 아직까지 기자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어려울 때도 있고, 부담이 될 때도 있다.
경력이 상당한데 아직도 그럴까?
신경은 쓰인다. 말실수 같은 걸 걱정하는 건 아니다. 제 작품을 최대한 좋게, 그리고 충실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그렇다. 마치 내 아이를 처음 유치원에 보내는 기분 같은 거 같다.
제가 오늘 운이 좋은 편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엔 영화 홍보 인터뷰를 1:1로 하기가 쉽지 않다. 정말 오랜만이다.
장단점이 있는 거 같다. ‘한공주’ 시절엔 전부 1:1 인터뷰였다. 한 분 한 분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땐 친밀감도 생성되고, 작품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매체가 너무 많아서 그런 자리가 없다.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다. 그때가 나름 낭만이 있던 것 같다.
이제 영화 이야기를 하자. 원래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넷플릭스로 오픈하게 됐다.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을 거다.
큰 스크린에 맞춘 연출과 연기가 있다. 전 작품을 극장에서도 보고, 집에서도 봤다. 연기적으로 스크린에서 보이는 기운들이 있는데, 그런 섬세한 포인트들이 TV에선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제가 느끼는 영화란 120분이라는 시간 동안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 OTT는 장르적으로 다양하고 물리적으로 편안하게 접할 수 있다. 장단이 명확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그리고 편리하게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특히 ‘스마트폰은’은 오락성이 있는 스릴러이기에 많은 분들이 보면 더 좋을 일이다. 그렇게 넷플릭스로 오픈했고, 그 효과를 체감 중이다. 시시각각 바로바로 반응이 온다. ‘넷플릭스의 힘이 굉장히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의 결이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담아주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물이 나올 뿐이다. 극장에서 봤을 때의 느낌과 OTT를 핸드폰으로 볼 때의 감상은 다르다. 좋다, 나쁘다의 뜻이 아니다. 예전엔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었기에 못했을 뿐인 거다.
맞다. ‘스마트폰은’의 경우 소재의 특수성 때문일까? 핸드폰으로 작품을 보는 느낌이 색달랐다.
그런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저 역시 기대를 하고 있는 지점이다.
‘멜로가 체질’ 때 글로벌 OTT의 힘을 찍먹 해봤다.
정말 TV 방영 때 보다 넷플릭스에 오픈될 때 연락이 더 왔던 것 같다. 대중 분들도 “’멜로가 체질’ 너무 잘 봤다”는 인사를 해주셨다.
SNS로도 반응이 올 거다. 특히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을텐데.
시완 씨와 상황이 다르다. 전 한국 팬들이 더 많은 편이다. 하하. 너무 궁금하다. 제가 인스타그램을 엄청나게 활발하게 하는 편은 아닌데 반응이 궁금해서 자주 켜 보고 있다. 팔로우는 성장하는 게 보이는데, 작품에 대한 리뷰는 아직 못 봤다.
원작 소설이나 일본 쪽 영화는 봤을까?
대본을 받았을 때 “원작이 있다”고 했지만, “아예 다른 설정”이라고 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에서야 ‘작품을 보고 했다면 달랐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해석을 보는 재미가 있을 거 같다.
원작에 비해 설정이 심플해졌고, 구성은 더 촘촘해졌다.
이야기의 구조가 재미있었다. 나미의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그 위에 준영과 지만의 관계가 덧씌워지면서 부자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유발됐다. 마지막에 반전도 큰 작용을 한다. 긴장을 이끌어 가는데 몰입이 높았다. 스마트폰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일들에 대한 설정도 많았고, 덕분에 현실적인 공포를 조성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실 공포를 위해 나미는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여성, 즉 지극히 평범해야 했다. 평범을 연기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제가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자다. 그래서 내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 같았다. 말투부터 친구들 같은 관계에서 행하는 제스처를 반영한다면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선이 굵은 연기를 주로 하거나 피규어로 보일만한 인물을 연기해왔다. ‘내 평소 모습을 녹여내는 연기를 해도 하나의 특성으로 보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나미는 여전사가 아니다. 너무 강인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강단도 있어야 했다. 그 부분들을 감독님이 레이어를 잘 깔아주셨다. 예를 들어 “회사 사람들의 연봉을 올려주자”고 건의하는 모습들이 그렇다. 그런 성격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나미가 될 수 있었다.
평소 모습의 반영이라면, 나미와 천우희는 얼마나 닮아있을까?
일단 성격은 비슷하다. 나미가 독립적인 스타일이다. 나름의 의리도 강하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비슷했다. 저 역시 제가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편이다. 극중 사이버 수사대를 찾아갔을 때, 답이 없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거기서 접고 자신이 해결하기 위한 차선책을 찾는다. 나미는 정말 현실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인물이었다.
맞다. 현실에서 같은 일을 당한다 해도 비슷한 해결책을 찾아 나설 것 같았다. 그래서 나미의 답답한 상황을 시청자들이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
저도 초반엔 나미가 답답했다. 준영에게 너무 휘둘렸다. 하지만 그것도 맞다고 생각했다. 자기를 향해 오는 주박의 실체를 몰랐기 때문이다. 극이 준영의 시점에서 진행됐기에 시청자가 알고 있는 것이지, 나미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해결하고자 움직였다. 그리고 진실을 알았을 때 주도권을 잡고 움직인다.
그렇게 시달렸기에 마지막에 나오는 감정의 폭발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이었기에 힘 분배가 중요했다. 평범에서 오는 호감으로 가져가다가 마무리를 짓는 거였다. 극단의 포인트에서 감정을 터뜨렸고 그 지점에 내 것을 녹여내려고 했다. 나미 정도로 누군가에게 삶의 뿌리가 흔들렸다면 나 같아도 참지 않을 것 같다. 준영이는 내 아빠의 목숨으로 도박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행동들은 모두 조롱이었다. “너 죽여버릴 거야”라고 말할 때도 나약하고 싶지 않았다. 분노의 피치를 끌어 올리고 싶었다.
나미는 그저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정말 많은 고초를 겪었다. 그중에서 가장 심하다고 생각됐던 건 무엇일까?
소통의 절단이 참 무서웠다. 오프라인에선 못할 일인데 온라인에선 가능한 것들이 있다. 바쁘게 살다 보면 사람을 만나는데 시간을 할애하기 힘들다. 장소 같은 물리적인 제한도 있다. 하지만 SNS에서는 내 취향과 같은 사람을 손쉽게 만나고, 지구 반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관계들을 다 끊어 놓는다. 만약 그런 관계들을 오프라인에 쌓아 놨다면 겁날 게 없다. 하지만 온라인에 몰려 있기에 고립 당해 버린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완전한 고립이 가장 공포스럽다. 물론 내 신용 정보를 빼앗기고, 은행이 털리는 것도 무서운 일이다. 하지만 관계의 차단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
사진=넷플릭스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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