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3천500회 이상 뮤지컬 작품서 테브예역…영화도 글로벌 흥행
(카이로·서울=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윤종석 기자 = 뮤지컬과 영화 '지붕위의 바이올린'으로 잘 알려진 이스라엘 배우 하임 토폴(예명 토폴)이 9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별세했다. 향년 87세.
그는 최근 수년간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
더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들과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장 걸출한 배우 중 하나인 토폴이 별세했다"고 전했다.
토폴이 세운 자선단체 '요르단강 빌리지'도 그가 별세했다고 확인하면서 "그의 유산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고 추모했다.
토폴은 생전 많은 작품을 했지만 '지붕위의 바이올린'에서 주인공 테브예 역할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935년 텔아비브에서 태어난 그는 연예부대에서 군 복무를 하며 연기 생활을 시작했고, 이곳에서 아내와도 처음 만났다.
군 복무를 마치고 1957년 그린 어니언 밴드를 결성해 가수로 활동하던 그는, 1961년 영화 '나는 마이크를 좋아해'(I Like Mike)로 데뷔했다.
그가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주목을 받은 것은 1964년 '살라 샤바티'(Sallah Shabati)에 출연하면서다. 이 영화는 이듬해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토폴은 1966년 이스라엘 건국전쟁에 뛰어든 미군 전략가의 이야기를 다룬 '팔레스타의 영웅'(Cast a Giant Shadow)에서 조연을 맡으면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그는 1967년 그를 세계적인 배우의 반열에 올려준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에 처음 출연하면서 작품과 인연을 맺었다.
이 작품은 러시아에 거주하는 보수적인 유대인 아버지 테브예가 다섯 딸을 시집보내면서 겪는 이야기로, 전쟁과 박해 등으로 이리저리 쫓겨나는 유대인의 애환을 그린다.
1971년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는 글로벌 히트를 기록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8개 부문의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이 영화에 그는 딸 아디와 함께 출연했다.
토폴은 이후로도 뮤지컬에서 테브예 역할을 독차지하며 인기를 구가했다.
그는 2009년 미국에서 고별공연을 할 때까지 전 세계를 돌며 '지붕위의 바이올린'을 3천500번 넘게 공연했다.
그가 테브예역을 시작한 것은 30대 때였는데 마칠 때는 거의 75세가 됐을 때였다고 더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전했다.
토폴은 2015년 인터뷰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하나의 역할로 유명해질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배우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을까? 그래서 나는 불만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말년에는 자선사업을 활발하게 벌였다. 그는 2012년 만성질환과 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위한 '요단강 빌리지'를 열기도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위터에 "이스라엘의 최고 배우 가운데 한명이자 이스라엘을 사랑하고 이스라엘이 사랑한 배우"라고 애도했다.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토폴은 위대한 정신과 문화의 소유자다. 그가 연기한 테브예와 살라 샤바티는 우리에게 문화와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가르쳤다. 그가 연기한 인물들과 미소는 앞으로도 이스라엘 문화와 함께할 것"이라고 기억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토폴을 "존재감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고 우리의 마음속 깊숙이 들어온 배우"라고 추모했다.
베니 간츠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고인의 연기가 이스라엘인들을 그 뿌리로 연결해 줬다면서 "우리는 (토폴이 연기를 보며) 이스라엘 사회의 가장 깊은 상처에 울고 웃었다"고 고인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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