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데뷔한 김다미는 어느덧 5년 차 배우가 됐다. 영화 ‘마녀’의 단독 주인공으로 출발하며 대형 신인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선과 악을 자연스럽게 넘나들었다. 소녀의 앳됨과 마녀의 카리스마도 드러냈다. 신인에겐 버거울 수밖에 없는 ‘자윤’이라는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했다. 귀여운 미모를 가졌음에도, 흑과 백 어느 곳에서도 잘 어울렸다.
워낙 매력적인 등장이었던 터라 많은 작품이 몰려 들어왔지만, 신중하게 다음 스텝을 밟았다. JTBC ‘이태원 클라쓰’의 ‘조이서’로 나왔다. 무려 1년 6개월이 넘게 걸렸다. 노란색 염색이 눈에 띄는 독특한 캐릭터다. 말괄량이에다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중에도 정의로운 면이 있는 인물이다. 여전히 김다미를 대표하는 캐릭터다.
다음은 SBS ‘그 해 우리는’이다. 역시 텀이 길었다. 비교적 조용하고 시니컬한 ‘국연수’를 표현했다. 혹자에겐 가장 매력적인 김다미로 기억된다. 어릴 적 부모를 사고로 잃고, 가장의 짐을 너무 일찍이 메어버린 국연수는 성공만을 위해 달린다. 연수가 바라는 삶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다. 하지만 가난한 그에겐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무거운 숙제다. 세상엔 치열하고 매섭지만, ‘최웅’(최우식 분)에게는 특별히 사랑스러운 국연수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시청자의 마음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김다미는 영화 ‘소울메이트’로 다시 관객과 만난다. ‘이태원 클라쓰’ 촬영 후에 찍은 작품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제야 빛을 보게 된 작품이다. 이제껏 나온 빛나는 캐릭터와 견주어도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안미소’를 연기한다. 자식을 키우는 것에 소홀한 부모로 인해 일찍 독립성을 가진 인물이다. 남자들이 좋아할 법한 모든 기질을 다 갖추고 탄생한 듯 소탈하면서도 당찬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도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평단의 호평이 자자하다.
한류타임스는 지난 2일 김다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소는 깊은 우애를 가진 친구 ‘하은’(전소니 분)과 균열이 생긴다. 의지하고 싶은 친구로부터 되려 의심을 받기도 한다. 진실로서 서로를 받아들인 두 사람은 우정을 완성한다. 이야기보다는 정서로 관객을 설득하는 ‘소울메이트’는 배우들의 역량에 많은 것을 기댄 작품이다. 카메라를 가까이 대고 인물의 감정을 그대로 전한다. 자칫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흔들려버리는 감정선을 정확하게 낚아챈다. 겨우 네 번째 작품이라고 하기엔, 매우 탁월한 연기다. 한류타임스는 다시 한번 엄청난 매력을 뽐낸 김다미의 속내를 일문일답으로 펼쳐본다.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 어떤 매력을 느꼈을까.
시나리오 보고 눈물이 또르르 흘렀어요. 원작을 좋아했었는데, 한국 특유의 정서도 잘 담겨 있었어요. 많이 와닿았어요. 미소도 매우 매력적이었고, 저랑 닮은 부분도 많다고 느껴졌어요.
어떤 구석이 닮은 걸까. 미소는 매우 진취적인 스타일이다.
반반인 것 같기는 해요. 스스로 하려고 하는 지점은 많이 닮은 거 같아요. 하은이랑 있을 때 장난기도 그렇고요. 그렇다고 매우 똑같지는 않긴 해요. 저는 그렇게 자유분방한 타입은 아니에요.
미소의 선택이 일반적이지는 않잖아요. 그래도 그 마음이 다 이해되더라고요. 감정은 세세하게 잡아가면서 했지만, 그 의도는 다 알 것 같았어요. 저는 미소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상처를 남한테 보여주거나, 의지를 많이 하거나 그러지 않잖아요. 강하게 풀어내려고 하는 편인데, 그게 참 매력적이고 섬세하다고 생각했어요.
원작 팬이라고 했는데, 어떤 점이 유독 좋았던 걸까.
여자들이 우정을 다룬다는 게 원작에서 매력적이고, 새로운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큰일이 일어나지 않은 채로 이야기가 이어지는 점도 좋았고, 그림이 매개체가 돼서 서로를 알고 위하는 마음도 좋았어요. 저희 영화는 특히 제주도를 배경으로 예쁘게 그려졌어요.
시나리오 읽으면서, 하은을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봤어요. 감독님도 하은과 미소를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했다고 하더라고요.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미소와 하은으로 결정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저는 미소도, 하은도 모두 이해가 됐어요.
미소는 상당히 자유분방하다. MBTI로 치면 극P다. 그런 미소가 점차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미소가 사회생활을 할수록 결국 안정을 추구한다는 걸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씩 본인이 원하는 것이 안정적인 삶이라는 걸 안 거죠. 그러면서 점차 성장해 나가는 것 같아요. 미소는 미소대로, 하은은 하은대로 제도권 밖으로 나오면서 성장해 가는 이야기예요.
진우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미소는 제주를 떠난다.
그 지점이 서로 크로스가 되는 터닝 포인트인 것 같아요. 진우가 미소에게 감정이 생기잖아요. 미소는 안 거 같아요. 자신이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걸요. 하은에게 불편한 감정을 안 주고 싶어서 떠난 거죠. 개인적으론 제주항에서 바로 육지로 간 게 아니라, 조금 더 제주도에 있다가 다 정리하고 갔을 거 같아요.
미소는 우정을 깨뜨리기 싫어서 떠났다고 생각해요. 하은이를 사랑해서요.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겠죠.
그런데 왜 진우의 목걸이는 뺏은걸까.
아마 순수하게 마음속으로 자기한테 불행한 일이 닥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을 거예요. 하은이처럼 안정적으로 살 수 없잖아요. 휘몰아치는 세상에 나가야 하는데, 일종의 수호신이죠. 물론 그것 때문에 오해가 생기게 되긴 하지만요.
배우를 그린 그림이 엄청나게 크게 걸려 있다. 이걸 직접 본 소감이 궁금하다.
촬영 마지막에 그걸 봤어요. 전시회 신이었는데, 제주 촬영 끝나고 서울 촬영이었어서 거의 막바지였어요. 하은 엄마와 고양이, 다 있잖아요. 괜히 슬프더라고요. 하은과 추억이 있어서요. 안 울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제 얼굴이 크게 나와 있었는데, 뭔가 아련하더라고요. 아이랑 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순수해보이기도 했어요. 집에 가져가고 싶었어요. 나중에 작은 사이즈로 해서 선물로 주셨어요.
감정이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 매우 잘 한 것 같다. 어떤 태도로 작품에 임했을까.
저는 미소가 진짜 미소처럼, 그곳에 있던 인물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사람처럼 보였으면 했어요. 제가 연기하는 거다 보니까 오히려 무언가를 만드는 게 어색할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배우가 늘 경계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미소 캐릭터는 자연스러웠으면 했고, 최대한 힘을 빼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욕실 신은 감정이 짙다. 꽤 오래 찍었을 것 같다.
소니 언니랑 함께 하는 장면인데, 그 장면이 샤워기를 틀면 머리 말리고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한 번에 할 때 하는 게 중요했어요. 일단 마음의 준비는 안 됐지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슛을 들어갔죠. 연기를 다 했는데, 언니가 물을 안 뿌렸어요. 준비가 안 된 걸 안 거예요. 되게 신기했어요. 숨기려고 했는데, 알아준 거잖아요. 상대 배우가 알아준 것 자체가 너무 고맙더라고요. 금방 감정이 잡혔고, 꽤 수월하게 촬영했어요.
전소니와 우정이 돈독해진 것 같다.
언니가 진짜 섬세해요. 물음표를 갖고 연기해 나가는 것 같아요. 늘 더 나은 걸 선택하려 해요. 쉴 때도 계속 고민하고요. 문자로, 전화로 계속 상의해요. 열정적이에요. 진심으로 멋있었어요.
서로 누구 하나 막 친해지려고 달려들지 않았어요. 천천히 자연스럽게 작품 얘기를 하면서 가까워졌어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닮은 것 같아요. 불편한 순간도 한 번도 없었어요. 처음 보고 다섯 시간 정도 얘기하고 나서, 친해지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하은과 미소 서로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다. 자연인 김다미는 누구에게 더 가까울까.
평상시에는 하은처럼 안정적인 걸 추구해요. 연기할 때는 미소 같은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에게 연기하고 싶다고 주장했거든요. 부모님이 믿고 지지해주셨어요.
매번 인생 캐릭터를 만나는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늘 좋은 캐릭터만 만나게 되는 걸까.
운이 좋게 떨어졌던 것 같아요. 항상 작품을 하나를 해도 과정이 정말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골라요. 어렵더라도 재밌는 걸 했었던 것 같아요. 하나를 하고 나면, 다른 작품을 고를 때도, 신중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고민을 많이 하는 중에 운 좋게 그런 작품이 나와서 하다보니 어찌저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제 데뷔 5년차다. ‘마녀’ 때와 달리 성장한 포인트가 있다면.
‘마녀’ 때는 제가 잘하고 싶어서 저한테 밖에 눈을 안 뒀던 것 같아요. 혼자 잘하고 싶었던 거죠. 촬영하면 할수록 많은 것들이 보여요. 나 혼자만 해서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요. 모든 사람의 힘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소울메이트’도 그렇고, 최근에 찍은 ‘대홍수’도 그랬어요. 진짜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소중하고, 시야를 넓히고 마음을 열고 봐야겠다고 생각해요. 알게 모르게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연기관이 정립된 게 있을까.
정립된 연기관은 아직 모르겠어요. 그냥 새로운 면을 돌파하고 싶어요. 연기는 늘 어려운 것 같아요. 의문이 늘 들고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기도 해요. 저는 늘 고민하고 연기하는 편인데, 때로는 본능적으로 연기하고 싶기도 해요.
장르도 변주를 많이 하고 싶어요.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요.
‘소울메이트’는 어떤 작품으로 마음에 남을까.
저는 이 작품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촬영했던 장소나 분위기, 미소나 하은은 상상 속 인물 같은 느낌이잖아요.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도 신비했고 다 좋았어요. 뭔가 묘하게 남아있는 느낌이 커요.
사진=NEW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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