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껴안아 줘” “내 가슴 주물러봐” “나는 너를 영적으로 사랑한 거야”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 신을 배반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에서 자신을 메시아라 참칭한 사이비 교주들의 발언이다. 신의 계시를 받는다고 주장한 이들은 사람들을 현혹했고, 권력을 쌓았다. 신도들의 믿음을 이용해 돈을 벌었고, 성욕을 채웠다.
‘나는 신이다’ 제작진은 8부작에 종교 네 곳의 교주를 다뤘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정명석,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이다. 신이 쓴 거룩한 글을 마음대로 해석한 이들은 자신을 메시아라 칭했다. 구원에 목마름이 있던 신도들은 이들을 우상화했다. 그렇게 쌓인 권력으로 재물과 쾌락을 탐했다. 어린 여신도들이 성적 노리개가 됐고, 누군가는 공급책이 됐으며, 혹자는 노동을 착취당했다. 스스로 성기를 자른 사람도 있고, 여교주의 성욕을 채운 남자 신도도 있다.
서로 다른 교리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이용한 네 명의 교주의 공통점은 재물과 쾌락이다. ‘나는 신이다’ 제작진은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재물을 쌓고 성욕을 채웠는지를 세세히 묘사한다. 취밀하고 집요한 취재와 용기 있는 제보자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사이비에 반감이 컸으나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했던 대중은 ‘나는 신이다’를 접한 후 분노에 들끓고 있다. 죽고 싶은 마음이지만, 쉽게 죽어지지 않는 피해자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고통받고 있다.
# “저 할아버지를 사랑하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나는 신이다’ 제작진은 1~3부를 JMS에 할애했다. 첫 신은 정명석으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한 홍콩 국적 메이플의 인터뷰다. 눈물을 흘리며 성폭행당한 그 순간을 회상하고 힘겹게 말을 떼는 메이플의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JMS 신도가 볼 것이라 예상해 가장 자극적이고 힘겨운 장면을 맨 앞에 배치했다는 게 제작진의 전언이다.
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10년 넘게 감옥살이를 하고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정명석의 추종자가 남아 있었다. 그들의 힘을 바탕으로 정명석은 과거에 즐겼던 향락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만 대상이 한국인에서 외국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최근까지도 정명석은 수십여 명의 여신도들과 거의 매일 같이 밤을 즐겼다. 그것 자체가 은혜이고 사랑이라 가르쳤다. 스스로 메시아라 칭했고, 신도들은 그를 믿었다. 키 170cm 이상의 예쁘고 어린 여신도들이 향락 타깃이 됐다. 그중에서도 메이플은 유독 정명석의 사랑을 받은 여신도다. 성폭력으로 인한 괴로움이 몰려올 때 오히려 “할아버지를 사랑하게 해달라”고 자책했다.
정명석이 원하는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신도들은 공급책으로 나서 정명석의 사랑을 받았다. 피해자였던 메이플마저도 여러 여성을 공급하는 가해자의 포지션에 섰던 적이 있다. 세뇌를 당해서 그 당시엔 그 행위가 잘못됐다고 인지하지 못했다. JMS는 정명석이 향락을 즐기는 데 신도 대다수가 나서는 더러운 왕국이었다.
사회적으로 뛰어난 인재마저도 정명석의 교리에 놀아난 자들은 여러 방식으로 탈퇴자를 압박하고 있다. 엑소더스 김도형 전 대표의 아버지는 JMS 신도들에게 둘러싸여 피칠갑이 될 때까지 두들겨 맞았다. ‘나는 신이다’ 제작진 사무실에 수차례 도청이 돼 있었고, 메이플이 인터뷰 하던 도중 창밖을 바라볼 땐 “너도 비를 보고 있니?”라는 문자가 왔다. 사회의 해악인 JMS에 해를 끼치는 자들을 찾아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JMS는 여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다.
정명석은 수많은 여성 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0년 형을 선고받아 2018년 출소했고, 최근 신도였던 여성들에게 다시 성폭행 혐의로 피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 “박순자의 170억 원은 왜 삼우트레이딩에 흘러갔나?”
‘나는 신이다’ 4화는 오대양 사건을 다룬다. 오대양 사건은 1987년 8월 29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있던 오대양(주) 공장에서 일어났던 집단 자살 사건이다. 오대양의 공예품 공장 식당 천장에서 오대양 대표 박순자와 가족, 종업원 등 신도 32 명이 손이 묶이거나 목에 끈이 감긴 채 시체로 발견됐다. 남성 4 명, 여성 28 명이었다.
초동 조치가 너무 미비했던 탓에 이 사건은 유야무야 넘어가다, 제 5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재조명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의 사망이 집단 자살이었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타살로 볼만한 정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 시체에서 목이 졸려 죽을 때 보이는 흔적인 ‘일주흔’이 있었고, 몇몇 사체의 입은 솜뭉치로 틀어막혔다. 여성의 시체에는 정액이 발견됐다.
박순자는 종말론을 내세우며 사이비 교주로 행세했다. 박순자는 자신을 따르던 신도와 자녀들을 집단 시설에 수용하고, 신도들로부터 170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채를 빌린 뒤 원금을 갚지 않았다. 이 돈을 받으러 간 신도의 가족을 집단 폭행하고 3 명을 살해한 후 잠적했다. 그러다 32 명이 죽은 자리에서 함께 목숨을 잃었다.
또 다른 의혹은 삼우트레이딩 명함이다. 삼우트레이딩은 구원파의 유병언이 설립한 회사다. 오대양 교주로 알려졌던 박순자는 유경언의 하수인에 불과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사건 현장에서는 ‘알파에서 오메가까지’라는 구원파 책이 발견되기도 했다. ‘나는 신이다’는 오대양은 유병언을 위해 사채를 모으기 위한 회사였으며 오대양이 개발비 명목으로 사채를 모집해 돈을 보내면 그 돈을 유병언이 사용했다는 여러 증거를 다룬다. 방송에선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유병언이 운영하던 삼우트레이딩의 공장을 방문해 격려하는 장면도 나온다.
1991년 구원파 신도 6 명이 오대양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이들은 자수 1년 전부터 유병언의 세모 간부들 및 현직 경찰들과 모임을 하고 말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누군가를 감춰주기 위한 이합집산이었던 셈이다. 방송은 당시 오대양 170억 원이 세모로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그해 8월 유 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을 뿐, 무성한 의혹들의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또다시 수사를 종결했다.
# “제가 죽일 년이고 미친년이에요”
‘나는 신이다’ 5~6화는 아가동산을 다룬다. 첫 장면에 나이든 여성이 앉아있다. PD가 먼저 입을 뗐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사람이 낙귀 엄마였어요.”
낙귀는 아가동산에서 5세 나이에 숨진 아이를 부르는 별칭이다. 본명은 낙원인데, 귀신이 씌였다고 해서 낙귀라 불렸다. 인터뷰를 하는 여성은 그 낙귀의 어머니다. 낙원 엄마는 “제가 죽일 년이고 미친년이에요”라면서 사정없이 자신의 뺨을 때린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쉼없이 때리며 눈물을 흘렸다. 카메라는 그 장면을 꽤 긴 시간 담아낸다. 다소 그로테스크하기도 한 이 장면 잔상이 깊게 남는다.
아가동산은 1982년 김기순이 경기도 이천에 설립한 신흥 종교다. 김기순은 당초 전북 한 사이비 종교의 신도였는데, 그 종교의 교주가 구속된 이후 남은 신도들을 흡수해 아가동산을 설립했다. 김기순은 예수는 아가이며, 자신이 곧 아가라는 교리로 자신을 신격화했다. 신도들에게 부부 및 부모와 자식 간의 연을 다 끊고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세뇌했다. 아가동산 내에서 여보와 엄마, 아빠는 금기어였다. 이를 어기면 형벌이 주어졌다.
엄마와 아빠라는 호칭을 막은 건 노동을 착취하기 위함이었다. 김기순은 신도들에게 돈을 벌라 시켰다. 신도들은 아침 일찍부터 나가 늦은 밤까지 일했다. 여성은 먹을거리를 팔았고, 남성도 중노동을 했다. 엄청난 노동 착취였지만, 신도들은 기쁜 마음으로 임했다. 엄마와 아빠가 일하러 가야 하는데, 아이들이 부모를 붙잡으며 찡얼대는 모습이 보기 싫었던 김기순이 호칭을 막은 것이다.
엄마가 좋았던 낙원은 둘 사이를 가로막는 김기순을 볼 때마다 성질을 내고 소리를 질렀다. 이에 참지 못한 김기순이 낙원의 엄마가 일하러 간 사이 신도들을 시켜 매질을 해 죽였다. 그리고 시체를 매장했다. 그 모든 것을 본 낙원의 엄마는 법정에서조차 김기순을 옹호했다. 심근경색으로 죽었다고 밝혔다. 아이를 때렸다고 증언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음에도, 김기순을 위한 마음이 모정보다 컸던 셈이다. 뒤늦게야 진실을 깨달은 낙원의 엄마는 죽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김기순도 성을 탐닉했다. 마음에 들은 어린 남성을 방으로 초대했다. 신음 소리를 크게 내면서 향락을 즐겼다. 일부 남성은 맛있는 밥을 챙겨줬다. 여신도들은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나서 사랑을 받지 못하냐”며 자책했다고 한다.
음반 유통사로 알려진 신나라 레코드의 회장 김기순이다. 신도들의 열성으로 큰 회사다. 1990년대 매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회사다. 김기순은 살인 및 사기 등 8 개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1997년 횡령과 조세포탈, 농지법 위반 등 5 개 혐의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4년에 벌금 60억 원을 선고받았다. 특히 살인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김기순은 현재 출소해 아가동산으로 다시 들어가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하나님 400억 원을 주십시오”
‘나는 신이다’의 7~8회는 1999년 5월 신도들이 MBC 여의도 사옥을 난입해 방송 사고를 일으킨 만민중앙교회 이재록이다. 이재록은 치밀한 사기꾼이며 색마였다. 사람들의 병을 낫게 하는 목자라고 자신을 브랜딩 했다. 메시아라 참칭하기도 했다. 실제로 병을 이긴 사례가 있어, 그의 발언에 힘이 실렸다. 이재록은 이를 이용해 마케팅을 했고, 이는 철저히 먹혀들었다.
이재록은 헌금의 액수로 신도들의 계급을 나눴다. 알아서 외제차를 내놓은 신도도 있었다. 사진 한 장을 찍는 것에 50만 원에서 1,000만 원까지 받았다. 예배일 신도들이 줄을 서고 있으면, 이재록은 차를 타고 앞으로 가면서 약 20초 정도 기도를 해줬다. 신도들은 돈봉투로 감사함을 표현했다.
돈을 많이 낸 신도들은 주일, 한복을 입고 일반 신도의 자리를 배치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들은 맨 앞자리에 앉아 예배를 드렸다. 그 자체가 명예이자 영광이었다고 한다. 뒤늦게 깨닫고 나서 부질없는 것임을 알았다고 한다.
부와 권력을 챙긴 이재록은 여성을 탐했다. 어리고 예쁜 여성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밤 늦게 아무도 모르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오라고 했다. 택시비도 현금으로 계산하게 했다. 몇몇 여신도는 이재록과 잠자리를 가졌다. 치욕스러웠지만, 메시아로 여긴 이재록의 사랑이라 억지로라도 받아들였다. 어떤 여성은 괴로워했지만, 또 누군가는 영광과 구원으로 여겼다.
교회에서 여성과 애정을 나눈 남성들은 죄의식에 스스로 성기를 잘랐다. 수십 명이 넘는다고 했다. 모든 여성 신도를 자기 것으로 여긴 이재록이 간부급 신도를 시켜 성기를 자르라고 회유해서다. 성기를 자른 남성은 점차 여성화가 됐다고 한다.
이재록은 여신도 9 명을 강간해 2019년 8월, 징역 16년이 확정됐다. 증거가 분명했던 터라 비교적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
사진=넷플릭스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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