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뷰] ‘대외비’ 심심한 권력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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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뷰] ‘대외비’ 심심한 권력 쟁탈전

한류타임스 2023-02-21 16:13: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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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위한 인간의 사투는 문화의 태동과 함께했다.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수많은 스테디셀러는 권력을 다뤄왔다.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형제는 물론 자식도 죽여왔던 것이 인간이다. 처절한 권력 쟁탈전은 그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21세기에 돌입해서도 여전히 존재한다. 참혹하고 처절하면서 절대적으로 냉정하다.

신작 ‘대외비’의 소재는 권력이다. 배경은 부산, 권력을 욕망하는 이들의 사투를 다룬다. 1992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이 확실시된 부산 해운대구 후보 ‘전해웅’(조진웅 분)은 들떠 있다. 양궁 국가대표처럼 공천만 받으면 금뱃지가 확실한 부산에서 공천을 받기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뛰어난 능력이 있거나, 굳건한 신념이 있어서는 아니다. 정치판에 들어오고 약 20년 동안 숨은 실력자 ‘권순태’(이성민 분)의 뒷바라지를 깔끔히 해왔기 때문이다. 


순수한 건지 순진한 건지, 공천이 스스로 일궈낸 것이 아님에도 권순태의 말을 듣지 않고 시민의 편에 선다. 해운대구 개발을 막기 위해 주민을 선동하고 다닌다. 이를 못마땅히 여긴 권순태는 하루아침에 공천을 다른 이에게 넘긴다.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진 전해웅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권순태와 일전을 벌이려 한다. 

전해웅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엔 친구이자 부산시 부시장(김민재 분)의 부산 개발 사업 문서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주민을 설득하고, 정치자금을 받아낸다. 권순태에게 반기를 든 전해웅은 전쟁이나 다름없는 승리할 수 있을까.

‘대외비’에는 선한 포지션의 인물이 없다. 깡패 ‘김필도’(김무열 분)는 물론 숨은 권력자 권순태도 절대악에 가깝다. 약 20억 원을 그대로 뺏길 위기에 처한 개발 사업자(원현준 분)도 피해자이긴 하나 악에 가깝다. 화자가 되는 전해웅 역시 선하지 않다. 도덕적 결함이 크다. 위기의 순간엔 철저히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한다. 누구에게도 감정을 이입할 수 없다. 


최대한 카메라와 인물 간의 거리를 주면서 감정을 최대한 떼놓고 이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권력에 돌진하는지 지켜보게 해야 하는데, ‘대외비’는 인물의 얼굴에 집중한다. 특히 전해웅의 감정을 포착한다. 첫 장면부터 깊숙한 클로즈업으로 시작한다. 전반적으로 거리를 가깝게 둔다. 패착은 이 부분이다. 전해웅 역시 관객이 이입할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해웅의 감정을 관객이 받아들이고 응원해야 하는데, 전해웅이 올바르지 않다 보니 이성과 충돌한다. 혼란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는 전해웅을 보면서, 기분마저 상하게 된다. 통쾌함 대신 찝찝함만 남는다. 거리를 최대한 벌려서 다큐멘터리처럼 그려냈다면 꽤 인상적인 작품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만듦새는 좋은 편이다. 분위기도 좋고 이야기도 박진감이 있다. 조진웅과 이성민, 김무열을 비롯해 원현준, 유승목, 김민재와 같은 조연들도 빛난다. 이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낮은 건 연출자인 이원태 감독이었던 듯 보인다. 인물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그가 원했던 대로 원색적인 권력의 속성이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싶다. 


감독은 “권력을 얻기 위해선 악마와 거래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래서 영어 제목도 ‘‘The Devil’s Deal’이다. 그 속성을 ‘대외비’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쉽게도 대중은 굳이 ‘대외비’를 보지 않아도 권력의 속성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선 국민의 정치 참여와 이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쟁의 속성을 띠고 있는 권력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관객 앞에서 ‘대외비’가 그리는 권력 쟁탈전은 심심하기 그지없다. 전해웅과 권순태의 싸움은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만 하더라도 수도 없이 소재가 됐으니까.


좋은 재료를 갖고도 평범한 요리를 만들어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관객의 수준은 창작자의 상상 이상에서 작품을 음미하고 있다. ‘대외비’의 반전 정도로는 높아진 관객에게 매력은 물론 설득력도 갖기 힘들다.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함상범 기자 intellybeas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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