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발렌타인 데이잖아요”라며 초콜릿을 내민다. 배우 임시완은 이렇게 스윗한 남자인데, 왜 자꾸 그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 역할이 자꾸 찾아가는 걸까? 본인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며 미소짓는데, 인터뷰에 앞서 봤던 ‘그 영화의 주인공이 맞나?’ 싶었다. 어쩌면 현실에서 마주하기 힘든 비주얼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어차피 영화 속 세상은 현실에 있을 법한 허구의 세상이니까.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돌아온 임시완과 한류타임스가 지난 14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원작으로 이미 일본에선 영화화까지 마친 작품, 하지만 한국 스타일로 리메이크된 작품은 보다 설정을 심플하게 바꾼 대신 시시각각 조여오는 스릴을 더욱 부각시켰다.
임시완은 제목과 반대인 ‘나미’(천우희 분)의 ‘스마트폰을 주웠을 뿐’인 ‘준영’을 연기했다. 준영은 스마트폰을 해킹,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후 조금씩 나미의 생활을 염탐하고 파고 든다. 나미의 삶은 치명적인 파국으로 흐르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 간단하고 허무하여 자괴감이 들 정도다. 그만큼 스마트폰이 우리 삶이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주변에서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현실 공포다. 그렇게 임시완은 마치 손 안에 잡힌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처럼 ‘넷플릭스를 보다 리모콘을 눌렀을 뿐’인 시청자를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만든다. 그저 ‘임시완을 만났을 뿐인데’ 나누었던 여러 이야기들을 이 자리에 풀어본다.
일본의 원작 소설, 영화와 꽤 다른 작품이 나왔다.
저 역시 원작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감독님이 “결이 다르게 간다”고 해서 참고를 하진 않았다. 우리 작품 공개가 됐으니 이제는 봐도 될 거 같다. 넷플릭스에 일본 작품이 떴던데 봐볼 계획이다.
촘촘하게 사람을 옥죄어 가는 시나리오다. 첫 인상은 어땠을까?
뒤통수 세게 때려 맞은 거 같았다. 배우로서 이렇게 촘촘한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게 쉽지 않다. 놓칠 수 없었다.
첫 대사가 너무 늦게 나와서 언제 목소리가 나오나 궁금했다.
사실 일찍 대사가 있었다. 처음 나미 폰에 전화 왔을 때 제가 대답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치밀한 사람이 자기 목소리를 드러낼까? 정체를 나타내는 걸 최소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요즘엔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으니, 그 지점을 제가 감독님께 제안드렸고, 흔쾌히 O.K 해주셨다. 좋았던 건 그 덕분에 제가 대사 외우는 노력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하하.
최근작들에서 부쩍 악역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건 해명을 하고 싶다. 마침 ‘비상선언’과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연달아 개봉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다. 제가 악역을 즐기진 않는다. 그저 작품이 탄탄하고 좋으면 선택한다. 안 그래도 ‘악역을 즐기는 거 아닌가’라는 오해가 생길까 싶어 ‘착한 역할을 늘려볼까’도 생각 중이다.
배우로서 악역을 하는 건 충분히 매력적인 지점 아닐까?
분명 착한 역할 보다는 악한 역할이 지켜야 하는 프레임에서 자유롭긴 하다. 앞서 말한 목소리 AI 제안도 그런 자유 속에서 가능했던 일 같다. 악역이니까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그런 지점이다. 그 자유롭게 선을 넘나드는 것에 대한 연기적 쾌감도 물론 있다. 하지만 악역을 선호한다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역에 임시완을 캐스팅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비주얼만 봐도 정말 착한 사람이라고 쓰여있는 얼굴이다.
저는 희원이 형이 추천하신 걸로 알고 있다. 어느 날 “간만에 커피 한 잔 마실까?”라고 전화 주셔서 만났다. 정말 시덥지 않은 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만 했다. 예를 들어 “오늘 밥 뭐 먹었어?”, “돼지 불백 먹었다” 같은 대화였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형이 차로 데려다 주셨는데, 내리기 직전에 “이런 대본이 있는데, 네가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대본을 받아 봤다.
즉, “악역에 어울릴 것 같다”는 김희원 픽이다.
왜 나에게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지 물어봐야겠다. 저도 처음엔 거절했었다. 악역이자 사회악이었고,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 이왕이면 이쪽 업계에 종사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의무는 아니지만, 덕목 중 하나인 거 같다.
하지만 결국 대본을 받아들였다.
잔상이 계속 남아 있었다. 좋은 대본을 선택할 줄 아는 것도 배우의 사명감이다. 그 두 가지 감정이 계속 부딪히다가 결국 번복하고 작품을 하게 됐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다. 어떻게 접근했을까?
일반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행동을 왜 할까?’보다 ‘이걸 할 때 어떤 걸 느낄까?로 집중해봤다. 자신의 기술과 머리를 통해 상대의 아이덴티티를 빼앗는다. 그렇게 컬렉션을 모으면서 성취감을 느꼈을 거다. 그런 행위에 아티스트 같은 면모도 발견했을 거 같았다. 결국 다른 사람 머리 위에 있다는 우월감을 느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삶에 접근할 땐 마치 어린 아이가 새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보였다.
맞다. 제가 의도한 것도 그런 점이었다. 매사에 진지하지 않고 장난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 속에 딱 두 장면을 빼고는 진지한 모습을 하나도 보이지 않게 해봤다.
살인이 주 목적이 아닌 부차적인 행위로도 느껴졌다.
포인트가 다르다. 본인의 목표, 즉 취미 같은 거다. 덕분에 정서적으로 어렵게 접근하진 않았다. 전 레고를 모은다. 그걸 모을 때 설렘도 있고, 더 모으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그런 지점들이다.
주인공은 가장 소중한 컬렉션에 번호 ‘0’을 붙였다. 임시완의 레고 0번은 무엇일까?
우선 ‘아키텍처 숭례문’이다. 단종이 돼서 구하기 힘든 제품이다. ‘람보르기니 시안’도 아낀다. 레고는 작은 거부터 따져보면 70여 종은 넘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제 컬렉션 중엔 위스키도 있다.
정말 훌륭하고 탐이 나는 컬렉션이다. 하하.
위스키가 맛있다. 최근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값이 많이 올랐다. 공부하면서 마시는 중이다. 전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과생이다. 그래서인지 역사 공부를 잘 못했다. 정말 역사 문외한이었는데, 위스키를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도 하게 됐다. 예를 들면 금주령 시대를 알게 됐다.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런 사소한 취미부터 중요한 개인정보까지, 그 모든 게 스마트폰에 담겨 있기에 무서운 영화다.
촬영하면서도 배우들끼리 “현실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무섭다. 스마트폰은 누구나 잃어버릴 수 있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해킹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결국 해커의 마음먹기에 달린 셈이다. 그래서 전 패스워드를 만들 때도 ‘가장 강력한 단계’ 수준으로 지정하고, 이중 보안도 꼭 건다. 정말 와닿는 현실 공포다.
특히 연예인이라면 더 그럴 것 같다. 가뜩이나 많은 부분이 노출된 상태로 살아간다.
그래서 SNS에 지극히 개인적인 걸 올리는 걸 자제하는 편이다. 저에 대한 많은 정보를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안다는 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 유쾌하지 않은 일로 이나미를 그렇게 괴롭혔다. 천우희 씨와 호흡은 어땠을까?
우희 누나에게 가장 감명 받은 건 마지막 신이었다. 정말 긴 감정신이었는데, 그걸 여러 번 갔다. 제 기준에 감정신은 거듭할수록 휘발되는 부분이 있다. 여러 번 감정을 쏟아내면 나도 모르게 학습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희 누나는 그 힘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촬영 후에 “너무 감명 깊게 봤다”고 누나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비상선언’은 지난해 텐트폴 작품이었고, 이번 영화로 넷플릭스에 진출한다. 그리고 드디어 ‘1947 보스톤’도 올해 개봉 시기를 잡았다. 팬들은 쉬지 않고 임시완을 만나고 있어 기쁘다.
‘보스톤’이 벌써 4년이나 묵은 작품이 됐다. 제가 팬데믹 시기에 작품을 쉬지 않고 찍었다. 그런데 작품은 안 나왔다. 그래서일까? 공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 좋든, 나쁘든, 피드백을 받고 제가 배우로서 더 성장할텐데, 그저 찍어내기만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허탈감도 느꼈다. 결국 배우는 관객과 팬들의 평가를 받으며 그 생동감을 느끼는 것 같다. 이제야 창고에 남은 작품 없이 다 나오게 됐다. 일단 그걸로 지금은 만족 중이다.
사진=넷플릭스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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