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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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미세먼지와 모래바람 때문에 집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은 굳게 닫혔고, 창문 너머의 풍경은 먼지로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지선은 오빠 정환과 둘이 집 안에서의 생활을 이어가는 도중 한 남자가 자신의 집을 훔쳐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지선에게만 발견되기에 오빠 정환은 믿지 않는다.
사실 지선은 성폭력 피해자로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 그날의 악몽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신의 집을 훔쳐본 남자도 자신을 찾아온 가해자인 것만 같아 불안감만 증폭된다. 정환은 그들이 교도소에서 나오려면 아직도 3년이나 남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며 안정시키지만, 불안감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미세먼지와 모래바람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지선의 공포심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강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정환은 이런 지선이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방심한 사이 낯선 사람의 침입으로 정환은 목숨을 잃게 되고 지선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후, 집 밖으로 탈출한다.
'낯선자'는 범죄로 인해 황폐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 피해자의 삶을 미세먼지, 모래바람으로 폐쇄된 일상으로 비유했다. 아무리 창문과 문을 잠그고 외부의 침입을 막아보려 하지만, 작은 소리 하나에도 지선의 극심해지는 불안함은 잠재우기 어렵다.
잠재적 공포가 현실이 된 후 자신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해도 거칠게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또 하나의 장애물을 그린다.
이 장애물은 또 다른 범죄의 노출, 타인의 무심한 눈초리와 편견 등 무엇도 될 수 있다.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피해자는 계속 불안함을 안고 살아야 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장르물로 풀어가는 신선함이 돋보인다. 러닝타임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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