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CJ ENM 제공)
혹자는 그를 얄팍한 대중영합주의 감독이라고 하고, 혹자는 한국 시장에 특화된 상업주의적 감독이라고도 한다. 표현이야 어쨌든, 결론은 대중의 시선에서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는 말이다.
말이쉽지, 연출자가 매번 대중의 구미에 맞는 영화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상업성과 예술성의 밸런스를 맞추며 '영화'라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에 대해, 그 어떤 베테랑 연출자도 "자신있다"고 단언하지 못한다. 윤제균에게 '상업주의적 감독'이라고 손쉽게 얘기하는건 발언자의 의도와 달리 극찬일 수 있다. 본인이 추구하는만큼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연출자가 있다면 그는 비난이 아니라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평가를 받는 윤제균조차도 상업적 성공에 대해 거두진 못했다. 단지 타율이 높을뿐, 항상 모든 상황에서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대중은 그만큼 냉정하다. 윤제균은 단지 그런 냉정한 대중의 평가를 항상 존중하고 두려워하는 감독이다. 영화 '영웅'을 공개하며 8년만에 연출가로 돌아온 그가 제일 먼저 꺼낸 말도 "기자도, 평론가도 아닌, 관객이 가장 두렵다"는 것이었다.
"트랜드를 쫓는 감독이라는 말이 오히려 칭찬처럼 들리네요. 그런데 그게 마음먹는대로 되나요? 트랜드가 얼마나 빨리 바뀌는데요. 연출가의 입장에서 저는 관객을 아주 무섭고 똑똑한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속여지지가 않죠. 항상 진심을 다해서 만들고 그 다음에 평가를 기다립니다. 영화가 잘 되면 기분이 좋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해서 관객을 원망하진 않아요. 문제점은 항상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안중근의 의사의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 영화 '영웅'은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성공을 거뒀다. 전작인 '해운대(2009)'와 '국제시장(2014)'이 나란히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쌍천만 역사를 썼던 것에 비하면 아쉬운 스코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생소한 뮤지컬 장르로, 첫 상업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 정성화를 앞세워 세운 기록임을 감안하면 역시 윤제균이다 싶다. 심지어 이미 뮤지컬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기에, 300만 스코어가 결코 빛을 잃지 않는다.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이 작품이 뮤지컬 '영웅'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죠. 괜히 인기 많은 작품을 스크린으로 옮겼다가 뮤지컬까지 망쳤다는 얘길 들을까봐 걱정이 되었어요. 오히려 정성화가 첫 주연을 맡은 부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한 부분은 걱정이 적었습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주연배우인 정성화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반신반의 했다. 그런데 오히려 윤제균은 그 부분에 대해선 우려가 적었다고 했다. 이유가 뭘까.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으로 최고의 배우는 정성화입니다. 뮤지컬을 영화로 옮기기로 한 이상 정상화 외의 배우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도전이 아니고 당위죠. 고민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뮤지컬 장르에 대해서도 한국 관객들은 더이상 낯설게 느끼지 않을 것이라 믿었어요. 단지 이야기를 담은 장르가 뮤지컬일뿐, 진심은 전해질 것이라 믿었죠."
그의 예견은 적중했다. 영화 속 정성화는 너무도 비장하게 안중근의 마지막 1년을 그려냈다. 정성화의 짧은 개그맨 생활을 기억하는 사람은 오직 중장년층뿐,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실력파 뮤지컬 배우로 안다. 관객 중 다수가 이 영화의 캐스팅에 높은 점수를 줬고, 특히 정성화와 안중근의 싱크로율에 찬사를 보냈다. 영화 속 뮤지컬 넘버 역시 수많은 영상 및 음악 플랫폼에서 재생되며 남녀노소에게 사랑받고 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한계가 아니라 강점이 됐다.
영화 '영웅' 촬영 현장에서의 윤제균 감독 (가운데 아래, CJ ENM 제공)
윤제균은 알려진대로 현재 CJ ENM의 신규콘텐츠 스튜디오 CJ ENM 스튜디오스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자신이 설립한 제작사 JK필름을 통해 제작자로도 수많은 작품을 만들고 있다. 더구나 그는 영화계를 위해 많은 일을 하는 영화인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한국영화감독조합(DGk) 공동대표의 자격으로 '저작권법 개정안 지지 선언회'에 참석해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뿐인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윤제균이라, '영웅' 개봉을 앞두고는 수많은 언론매체와 1대 1 인터뷰를 진행했다. 힘들지는 않은지 물었다.
"모두 행복하니까 하는 거에요. 제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니까, 항상 술마시고 논다고 생각하시는데(웃음) 저는 사실 사무실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좋아요. 마실고 놀 때는 열심히 마시고 놀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때에는 글쓰고 영화 생각만 합니다. 그 자체가 너무 행복하거든요. 연출이든, 제작이든, 각본을 쓰든, 각색을 하든, 영화와 관련한 모든 일이 재미있고 좋아서 해요. 너무 바쁘지만 즐거워요."
바쁜 그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었다. 너무 많은 계획을 얘기하는 그다. 준비하고 있는 작품도, 생각하고 있는 작품도 많다.
"나는 서른 셋에 영화계로 와서 제 진짜 적성을 찾았어요. 이르지 않은 나이에 영화계에 온 만큼 남은 인생을 오롯이 영화에 쓰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감독으로 불리고 싶고, 그럴 생각입니다. '영웅'은 '국제시장' 이후 8년만에 연출을 하다보니 부담이 컸어요. 앞으로는 조금 자주 연출을 해야겠어요. 그래야 부담을 덜고 더 많은 작품을 보여드릴 수 있죠. 또 제 작품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한국 영화계가 더 잘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응원해 주세요."
지난해 12월 21일 개봉한 영화 '영웅'은 현재까지도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윤제균의 진심을 읽고 싶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영웅'은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다.
오미정 기자 omj1@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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