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어느덧 철딱서니를 가득 채운, '다음 소희'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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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터뷰] 어느덧 철딱서니를 가득 채운, '다음 소희' 배두나

한류타임스 2023-02-10 13:47: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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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했다.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는 좋은 작품에서 마주하기 마련이다. 수많은 장점을 차치하고, 사자성어에만 빗대어 보더라 배두나는 좋은 배우다. 박찬욱, 봉준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워쇼스키 형제, 그리고 최근 촬영을 마친 ‘레벨 문’의 잭 스나이더까지 작품성과 흥행성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감독들이 그에게 구애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엔 ‘다음 소희’로 정주리 감독과 함께 했다. ‘도희야’ 이후 8년 만의 재회다. 이번 영화 역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비평가주간의 폐막작에 선정됐으니, 작품에 서린 의미와 만듦새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배두나는 ‘다음 소희’의 유진을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빛을 새겨 넣었다.

이번에 배두나가 연기한 유진은 1, 2부 구성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후반부를 이끈다. 소희의 종적을 쫓으며 그가 헤어나올 수 없었던 수렁에 연민과 분노를 내비친다. 감정의 수위가 높을 연기인데 배두나의 그것은 그저 공허하다. 바람이 비어 있는 공간을 향해 불어가듯 그가 비워낸 그곳으론 관객의 감정이 고스란히 흘러간다. 오랜 시간, 작품을 향해 빚어온 배두나의 내공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그렇게 소희의 뒤를 이어 ‘다음 소희’가 됐던 배두나와 한류타임스가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한류의 최전선에서 월드스타로 활약해 온, 그리고 이제는 좋은 어른을 자각하고, 선배 영화인의 입장에 서 있던 배두나와 나눈 이야기를 이 자리에 풀어본다.


한국 영화로 개봉하고 홍보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것이 오랜만이다. 
이렇게 홍보에 참여하게 돼서 기쁘다. 7~8개월, 꽤 오랫동안 한국에 없었다. ‘브로커’ 개봉 때 한국에 없었다 보니 그때 많은 걸 느꼈다. ‘영화에 참여한 1인으로 홍보 프로모션에 함께 한다는 게 정말 행운이었구나’라고 생각됐다. 그래서 지금은 정말 기쁘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넘어 대면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특별하고, 훨씬 재미있다. 관객들을 만나는 행사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고요의 바다’ 땐 참 그랬다. 촬영할 때도 세트에 콕 박혀서 촬영했는데, 홍보 행사도 외롭게 했던 기억이다.

해외 활동에 예전부터 몸 담았던 원조 월드스타다. 그래서 최근 달라진 K-콘텐츠의 위상을 더 많이 느낄 것 같다.
정말 너무 체감하는 중이다. 제가 처음 해외 활동을 했던 게 2011년도다. 그때보다 지금 한국 콘텐츠가 엄청 인기가 많다는 걸 고스란히 느낀다. 오히려 제가 모르는 한국 작품을 친구들이 물어볼 때도 있다. ‘레벨 문’ 촬영 때 어떤 영국 배우에겐 “난 한국 영화에 한 신이라도 나가는 게 소원이다. 한국에 가서 소문을 내달라”고 부탁도 받았다. 하하.

그 친구는 분명 배두나 씨가 한국의 어떤 감독님과 함께 했는지 아는 사람이다.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처럼.
아는 친구들도 있다. 그때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과 함께한 ‘브로커’가 나올 때였다. SNS에 고 감독님하고 대담했던 사진을 올렸었는데, 다른 친구들이 “What!”이라며 소리질렀다. 고 감독님도 그렇고 봉준호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 모두 너무 잘 되고 계셔서 저 역시 덩달아 기쁘다. 

‘다음 소희’ 이야기를 해보자. 1, 2부 구성이 특이했던 영화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당황도 했다. 중간까지 제 역할이 1신만 나오는 거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신선했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선 부담도 됐다. 다른 배우가 홀로 끌고 가던 영화를 제가 받아 혼자서 끌고 가야 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하고 싶다고 하니 지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훨씬 더 효과적인 방식이었던 것 같다. 1부를 통해 소희가 어찌 되는지를 다 바라본다. 그리고 유진이 소희를 알아가면서 겪는 경험들, 그 과정 속에 소희와 비슷한 일을 당한다. 답답하고, 막막하고, 모멸감도 느낀다. 소희가 걸었던 길을 다시 걷는 것, 유진이 다음 소희가 된 것 같은 느낌, 그게 참 효과적일 것 같았다.

유진은 영화 속에 존재하는 좋은 어른 중 하나다. 배두나가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에 같은 의미도 담겨 있을까?
그런 이유도 있다. 사실 전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솔직히 전 제가 어른이라는 자각도 없다.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사람이다. 그래도 사회적으로 경력도 많아졌고, 경험도 많이 쌓았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보다 나은 세상에 살았으면’이라는 소망이 있다.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가 있다면 그런 것들도 안 겪었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은 보호받아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그들은 우리보다 말을 하기 쉽지 않다. 자기 목소리를 꺼내기 쉽지 않다. 제가 고양이를 키웠다. 그 아이들은 한 번씩 더 바라봐야 한다. 자신의 상황을 티를 낼 수 없으니까.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아이들도 그렇다. 마냥 참고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대신 물어봐줘야 한다.

어릴 때 데뷔했다. 그땐 지금보다 열악한 환경의 연예계였다. 배두나가 소희였던, 힘들었던 경험도 있었을까?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땐 없었던 것 같다. 굳이 찾자면 ‘링: 바이러스’ 시절일까? 하지만 학창시절, 중, 고등학교 땐 이상하게 ‘몰아붙여진다’는 느낌은 받았던 것 같다. 인생 중에 아무 것이 없어도 행복해야 하는 시기인데 보호받지 못하는 그런 느낌, ‘다음 소희’를 보면서도 학교 부분에 공감을 많이 했다. 취업률에 학교의 명예를 논하고, 실습 포기한 학생에겐 다른 색의 조끼를 입히고,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는 이야기, 그런 것들이 굉장히 와닿았다.


정주리 감독이 ‘도희야’ 이후 두문불출했고, 이번 작품으로 정말 오랜만에 연락했다고 들었다.
저 정말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이민 간 줄 알았다. ‘도희야’ 때부터 ‘정말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가 너무 안 나오니까 ‘다른 업계에 있나? 그렇다면 너무 아깝다. 좋은 감독은 영화를 해야하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다시 연락이 온 거다. 그것도 “시나리오를 썼다”하니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그게 나에게 왔다는 것도 감격스러웠다. 정말 ‘한 신만 나오더라도 한다’는 생각이었다.

8년 만의 연락인 거다. 보통 오랜만에 연락하려면 참 데면데면한데, 어떤 식으로 연락이 왔을까?
(분통을 터뜨리며) 참나, 매니저를 통해서 연락을 했다. 하지만 정주리 감독님과 정말 동지애가 크다. 여러 가지 감정이 있는데, 정리해보면 ‘제가 감독님의 팬이다’라고 설명하는 게 제일 편하고 맞는 말 같다

한 번 같이 작업했던 감독이 다시 찾아준다는 것, 특별한 감정일 터다.
너무 기쁘다. ‘내 연기가 좋았구나, 나를 현장에서 좋은 배우라 생각했구나’ 싶다. 내 자신에 대한 칭찬처럼 느껴진다. 다들 훌륭한 감독님들이라 더 자랑스러운 부분도 있다. 물론 한 번만 작업했던 감독님에게 섭섭하다는 건 아니다. 하하. 

한참 후배인 김시은을 바라보는 마음은 어땠을까?
‘한국 영화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이었다. ‘브로커’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지은(아이유) 씨도, 시은 씨도 제가 그 당시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똑똑하고, 당차다. 제가 어렸을 땐 어리바리했고, 맨날 울면서 해맸던 기억이다. 정말 놀랍다. ‘인간은 역시 진화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들 너무 잘한다. 연기적으로는 이야기할 것도 없다. 너무 매력적인 친구들이다. 보호해주고 싶다.

이번에 힙합 댄스신이 들어갔다. 춤선이 상당했다. 
한 달 넘게 배웠다. 소희가 춤 추던 곳에서 똑같이 연습했다. 제가 센터에 설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아가 단체 군무를 할 줄도 몰랐다. 그냥 ‘춤을 배우나 보다’라고 생각했지, 잘 춰야 하는 건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저와 함께 한 크루들은 다들 춤을 잘 추는 배우들이었다. ‘난 힙합 전사다’라고 마인드 컨트롤 하면서 연기한 것 같다.


촬영 때마다 무언가를 많이 배운다. ‘괴물’ 땐 양궁을 배웠고, ‘코리아’ 땐 탁구도 배웠다.
맞다. 심지어 ‘튜브’ 때는 마술도 배웠다. 소매치기 역이었는데 마술의 손길로 소매치기를 하는 캐릭터였다. 수화도 배웠고, 테니스도 배웠었다. 무언가 배움이 수반되는 영화를 좋아한다. 레슨비 안 들이고 공짜로 배우는 거 같다.

그렇게 배운 여러가지 스킬 중에 실생활에 잘 써먹는 게 있다면?
의외인데 양궁 같은 게 실생활에 도움된다. 놀이공원 가면 꼭 인형을 따오는 편이다. 사격도 잘 한다. 반대로 탁구는 초등학교 때 탁구부였기에 오히려 영화에 도움이 됐던 적도 있다. 어릴 때 배운 수영도 잠수신에서 잘 써먹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렸을 때 여러 운동을 배우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그 배움만큼 필모도 차곡차곡 쌓였다. 어떤 의미일까?
‘열심히 살았다’는 그런 의미가 있다. 배우로서 어떤 인정을 받고 싶다는 것보다 내 필모를 아름답게 가꿔가고, 후세에 남겨도 창피하지 않을 작품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 ‘아 잘 했어! 열심히 살었어!’라고 날 더 칭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두나의 필모 중 로맨스 장르를 다시 만나고 싶다.
2~30대엔 많이 했는데, 이젠 관객들 기억에서 많이 잊혀진 것 같다. 작품을 고를 때 저의 심리적인 상황에 많이 좌우되는 것 같다.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를 봐도 크게 재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어두운 작품을 많이 했다 보니, 밝고 웃기는 걸 해보고 싶다. 그러고 보니 ‘바이러스’에서 귀여운 여자로 나온다. 그 바이러스가 러브 바이러스인데, 하필 코로나가 터져버렸다. 너무 아쉽다.

끝으로 해외 촬영을 마친 ‘레벨 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영화라 정보 공개가 엄격하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만든 SF 넷플릭스 영화, 올해 12월 공개가 목표이고, LA에서 찍었다.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큰 영화다. 여기까지 가능하다.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권구현 기자 kkh9@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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