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유령’ 이하늬 “‘천만의 꿈’ 이뤄보니 별것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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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터뷰] ‘유령’ 이하늬 “‘천만의 꿈’ 이뤄보니 별것 없더라고요”

한류타임즈 2023-02-07 10:45:59 신고

3줄요약

배우 이하늬의 주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SBS ‘열혈사제, 영화 ‘극한직업’, ‘블랙머니’, SBS ‘원더우먼’까지, 출연작 대부분이 큰 성공을 이뤘다. ‘열혈사제’는 그해 최고 시청률(22%)을 기록했고, ‘극한직업’은 누적 관객수 2위다. 원톱 주인공으로 나선 ‘원더우먼’도 최고 시청률이 17.8%나 됐다. 10%만 나와도 대박이라는 현 방송 업계에서 4타수 3홈런을 기록한 셈이다. ‘블랙머니’도 장타에 가까운 성과였다. 

결혼과 출산에 이어 한동안 공백을 가진 이하늬의 복귀는 영화 ‘유령’ 홍보 일정이다. 출산 전 찍은 작품이 개봉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중과 만나게 됐다. 성공을 이어가던 중에 잠시 숨을 고른 이하늬는 출산을 경험하면서 엄마라는 새로운 세계와 만났다. 그러면서 세상을 달리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도 넓어졌다고 한다. 

한류타임스와 지난달 12일 인터뷰를 진행한 이하늬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했다. 다소 높은 텐션 속에서 쉼 없이 말을 이었다. 이토록 말을 유쾌하면서도 재치있게 잘하는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탁월한 말솜씨를 선보였다. 쉬는 동안 머릿속으로 정리했던 말들이 청산유수처럼 흘러 나온 듯 엿보였다. 한류타임스는 수많은 작품이 성공하는 동시에 창조의 과정을 겪으며 더욱 깊어진 이하늬의 성장 스토리를 일문일답으로 펼쳐본다.


‘유령’과 인연이 운명처럼 찾아왔다고 들었다.
이해영 감독님이 대본을 주면서 ‘차경’은 너를 염두에 두고 썼어라고 하셨어요. 배우로서는 매우 영광스러운 말이거든요. 사실이든 아니든 감사했죠. 그런 마음으로 대본을 봤는데 연기해보고 싶더라고요.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운명처럼 다가오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유령’이 그런 작품이었어요. 액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에 딱 맞게 들어왔어요. 종과 횡이 딱 겹쳐서 만나는 느낌이었어요. 

박차경이 유독 흥미로웠던 지점은?
표면적으로 일차원적이지 않았어요. 슬픔이나 화와 같은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게 아니라, 깊게 눌러서 표현하지 않아요. 표현을 넘어서 조금씩 배어 나오는 연기를 해야하는 캐릭터였어요. 레이어가 여러 겹으로 쌓여있는 슬픔을 가진 인물이죠. 제가 가진 슬픔으론 이해가 쉽게 안 되는 인물이에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제가 느끼긴 힘든 캐릭터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찰랑찰랑 채워진 슬픔이랄까요. 그걸 절대 쏟지 않고 늘 유지해야 해요. 그런 포인트가 고통스럽긴 했어요. 쭉 슬퍼하는 이미지가 있어야 했거든요. 복잡한 상태로 조금씩 드러나길 바랐어요. 연기하는 재미는 있었던 것 같아요. 

초반부 ‘난영’(이솜 분)과 만나는 장면은 굉장히 멋있다. 
이 영화의 정서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면이죠. 마치 CF 같아요. 그쵸? 작정하고 아름답게 만든 장면이에요. 클로즈업에 슬로우까지 걸었어요. 독특한 미장센은 이해영 감독님만의 디테일인 것 같아요. 촬영할 때도 빗물 한 방울까지 다 신경쓰더라고요. 고군분투 했어요.


난영과 관계는 동지다. 뭔가 강렬한 이미지가 있었다. 
두 사람이 대놓고 대화를 하지는 않잖아요. 기저에 흐르는 거죠. 서로 리스펙을 하는 느낌이랄까요. 우정을 넘어선 뜨거운 감정이에요. 사랑이 가장 적절할 수도 있죠. 차경의 대사에서 보면 ‘죽지마’라고 안 해요. “죽기 위해 죽지마”라고 하죠. 어차피 죽을 목숨이니까, 쉽게 죽지 말라는 말에 가까워요. 

대단히 슬픈 얘기라고 생각해요. 삶이란 찬란한 건데, 죽음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사는 거잖아요. 독립 운동가는 죽기 위해 살았어요. 내 삶을 내놓은 사람의 감정은 얼마나 강할까요. 어떤 의미로는 그 신념이 삶을 지탱하는 거 같아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차경을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 재력가의 딸이자 독립운동가다.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을 가진 인물로 생각했어요. 재력가의 딸이었으면, 엘리트로 살수도 있는데, 굳이 그런 모진 삶을 살아야 했다면 이유가 뭐였을지 생각해봤어요. 아마 지나치지 못하는 마음이 컸을 것 같아요. 사회적인 책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친구나 연인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보면서 자기 삶을 내던지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일제 강점기가 길었잖아요. 독립투사로 산다는 건 죽겠다는 건데,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배포가 있는 인물이었을 것 같아요.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몇몇 장면에서는 감정이 많이 드러났다. 
제가 어쩌지 못하는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유리코’(박소담 분) 만나서 지하실에 있을 때 계속 눈물이 나는 거예요. 사실 그렇게 울음이 날 대사가 아니거든요. 테이크를 다섯 번 갔는데, 계속 눈물이 났어요. 

유리코가 동지잖아요. 부모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의미 있는 존재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다르겠지만, 나는 죽어도 얘는 살아야 하는 존재였어요. 너무 눈물을 참다 보니까 비장이 끊기는 느낌이었어요. 


액션 연기도 새로웠을 것 같다.
액션에는 최대한 감정을 담으려고 했어요. 경구 선배님과 대전은 완전한 감정신이에요. 죽으려고 하는 사람과, 살고자 하는 사람이 맞붙는 구도죠. 나도 죽고 너도 죽자는 마음으로 했어요. 너무 멋있어 보이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감정을 꾹꾹 담아서 했어요. 

최근 하는 작품마다 잘됐다.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내면적으로 달라진 게 있을까.
예전에는 천만 관객을 모으는 게 꿈일 때도 있었죠. 그렇게 되면 제가 크게 바뀔지 알았어요. 정작 그 경험을 했는데, 달라지는 건 없더라고요. ‘별 게 없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신기루 같은 거였어요. 또 작품이 잘 됐다고 해서 제가 잘 해서 된 건 아니거든요. 동료들이 잘해서도 아니에요. 기적이고 선물이에요. 

이제는 그런 걸 꿈꾸지 않고, 비가 오든 그러지 않든 저를 물웅덩이에 내놓는 게 제 일 같아요. 결과를 바라는 건 신계의 일이에요. 저는 그냥 하던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생각이 깊어진 것 같다.
저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저는 열심히 살았어요. 열심히 했는데도 잘 안 풀리던 시절이 있었죠. ‘나는 언제 배우가 되지?’라는 생각으로 조바심을 냈던 때도 있었어요. 슬럼프도 깊게 겪었고요. ‘내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나를 불러주지는 않는구나’라는 걸 느꼈죠. 

배우가 되려면 시간도 필요하고 연륜도 있어야 해요. 인간 자체가 풍성해져야 해요. 30대 때 저는 스스로 10년만 버텨보자고 생각했어요. 일단은 굴러보자고 생각했고, 배역의 크기를 상관 안하고 작품을 했어요. 그 덕에 이런 기회도 얻은 것 같아요.


인기의 정점에서 엄마가 됐다. 
제가 37시간 진통을 느끼다가 아이를 낳았어요. 아프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힘들게 아이를 낳아보니까, 똑바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몸이 너무나 중요한 자산인 직업인데, 아이를 낳고 몸이 상했다가 다시 회복되니까 ‘둘째를 한 번 낳아볼까?’라는 미친 생각도 들어요.

제가 엄마가 된 지 175일째인가 봐요. 저는 육아가 재밌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는 것 같고요. 책임감이 보통이 아니에요. 그래도 다들 한 번 해보시길 권장해요. ‘저만 X 될 수 없다’고 해서 추천하는 건 아니에요. 다른 에이리어에서 큰 행복을 줘요. 지금 여배우들 만날 때마다 아이 낳아야 한다고 추천하고 있어요. 아이를 낳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고 확장된 부분이 있어요.

아직 차기작이 없는데, 어떤 작품을 선택할 것 같나.
작품 선택을 하는 면에선 포용력이 생긴 것 같아요. 성인이 된다는 건 아무것도 없이 자신이 가진 걸 내려놓는 것 같아요. 부모가 되면 어른이 된다고 하는 게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제 의지대로 되는 건 없어요. 무기력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 같아요.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 오면 하지 않을까요.

사진=CJ ENM

 

함상범 기자 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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