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는 새벽, 아다나 지역의 완파된 10층 건물로 갔다. 담요를 둘러싼 여성 2명과 조우한 뒤 잔해로 향했다.
움무 바이라크타르와 나지페 배트마즈는 튀르키예(터키) 도심의 한 모스크에 머물고 있다. 이곳은 6일(현지시간) 지진 이후 구호 활동의 중심이 됐다.
인근에 위치한 집은 크게 손상됐다. 움무의 사촌을 찾으러 가는 동안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무리 중 한 명이 다른 건물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말렸다. 금이 갔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다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붕괴된 구역 외곽에서 작업 중인 굴착기 2대를 지나쳤다. 구조 대원 6명이 드릴과 장갑 낀 손으로 잔해를 굴착기에 던졌다.
이후 옆길로 빠졌더니, 담요로 몸을 감싼 생존자들이 모닥불 주위에서 몸을 데우며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두 여성이 찾던 친구 누르텐은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담요를 두르고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누르텐의 딸 세나이는 무너진 건물 2층에 있었다. 밤새 기다렸지만 아무 소식이 없다.
"내 딸이 추위 속에 누워 있는데 내가 어떻게 따뜻한 침대에 누울 수 있겠어요?"
"딸아이는 추위를 많이 타는데 지금 저 아래에 있어요." 그는 "가슴이 탄다"며 눈물을 흘렸다.
굴착기 드릴 소리와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린다. 누르텐의 친구들이 옆에서 위로했다. 누르텐의 손녀 두 명은 모두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지만 지금 튀르키예로 돌아오려 한다.
"손녀들에게 뭐라고 말하죠? 오늘 여기로 올 겁니다. 내가 제 어미를 돌봐줄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대체 무슨 말을 하면 좋을까요?"
상실감은 생존자가 구출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번지고 있다.
더 남쪽의 시리아-튀르키예 국경 지대에는 피해가 극심한 하타이 지역 소식이 밤새 밀려들었다.
한 영상에 담긴 어떤 주민이 어둠 속에서 잔해를 수색했다. 누군가가 아직 그 밑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는 "큰 소리를 내 보라"고 간청했다.
"보시는 것처럼 여기 시신이 있습니다. 아무도 시신을 치우지 않았어요. 그리고 더 아래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가 말하는 도중, 잔해 속에서 여자의 울음이 들렸다. 다시 소리가 들렸고 위치를 알리기 위해 금속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남성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 전체가 무너져, 폐허를 들어 올리려면 기계 장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응답받지 못하는 외침이 지역 곳곳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하타이 지역의 또 다른 주민 드니즈가 부모님이 갇힌 무너진 건물을 가리켰다.
"부모님이 소리를 내고 계신데 아무 안 와요. 절망적입니다. 신이시여... 사람들이 소리치고 있어요. '구해달라'고 외치는데 구할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해야 구할 수 있죠?"
진원지에 더 가까운 카흐라만마라스 도심에서는 불길이 따닥거리며 타오른다. 건물 수천 채가 무너진 것으로 보고됐고, 집을 잃은 사람은 훨씬 더 많다.
한 가족은 여진이 너무 두려워서 크게 훼손된 건물로 돌아가지 못했다. 손에 남은 것은 땔감 정도다. 불꽃으로 얼어붙은 손을 약간이나마 녹일 수 있다.
네셋 굴러는 "집에서 간신히 탈출했다"며 "자녀 네 명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집 밖으로 나왔다. 안에 여러 명이 갇혀 있다. 너무 큰 참사다. 지금 물도 식량도 없이 절박함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전체가 도움을 기다리고 있지만, 충분한 지원은 어려울 수 있다. 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더 많은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다. 지금 온기를 더해주는 것은 작은 모닥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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